김소영
2011.03.15
김소영
2011.03.15
편안하고 여유로운 나라.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금 호주에 대한 기억은 그렇다.
비행시간이 8시간 이상이라는 것도,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것도 호주로 신혼여행지를 정하는 데는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돌아오는 내내 신랑은 호주는 너무 편안한 느낌이어서 살기엔 심심할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서울에서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겐 내심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의 첫 여행지는 브리즈번이었다. 3월이면 호주는 가을이라고 하던데 이건 우리나라의 가을과 너무도 달랐다. -_- 아마 8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의 한국의 여름과 같다고나 할까. 우리가 도착하는 날 새벽에 비가 많이 왔었다고 하는데 워낙 건조한 날씨 탓인지 우리가 드림월드에서 돌아다니고 있을때는 긴팔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웠다.
드림월드는 우리 나라의 작은 놀이공원과 비슷한 규모다. 동물원까지 함께 있어 더위에 많이 지쳐버린 캥거루들, 코알라, 그밖에 열대기후에 사는 각종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참 호주에 신혼여행와서 좋은 점이 있다면 먹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 대부분 뷔페 아니면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한식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인들이 여행하기에 참 편리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호텔에 짐을 잠깐 푼 후, 카지노에 들렀다. 할 줄 아는 게임이 없어 다른 사람들 게임만 실컷 구경했지만, 오는 길에는 난생 처음 리무진을 타고 골드코스트의 야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여행코스로 간다면 카지노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하나는 미리 알아두고 가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튿날에는 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섬 안에는 스테이크 식당과 흥겨운 음악과 모래썰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래썰매는 타는 재미는 있었지만 올라가기가 약간 힘들었다. 그리고 온몸에 달라붙는 모래때문에 2번 타고 포기.. ^^;; 섬을 둘러싼 바다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 같았다. 호주는 염도가 낮아 바닷물이 맑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호주의 바다를 좋아한다고 한다.(가이드 수언니의 말씀~)
저녁을 먹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헬기탑승장. 실제 헬기는 보기도 처음, 타보기도 처음이었다. 아래 발판쪽이 뚫려있어 조금 무서웠지만 헬기를 타고 본 브리즈번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끝도 없이 펼쳐진 골드코스트를 바라보고 있으니 대자연의 위대함에 잠시 할말을 잃을 정도였다.
맛있는 고추장 찌개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시드니로의 여행을 위해 일찍 호텔로 들어섰다.
즐거웠던 브리즈번의 추억은 수언니와 함께 남겨두고 시드니로 이동했다.
시드니는 생각했던 대로 유명한 대도시의 느낌. 사진 엽서에서 많이 보이던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 각증 고층 빌딩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카지노 뷔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으~ 이제 한국 가면 당분간 뷔페는 안먹을거다!) 시드니 내항을 볼 수 있는 크루즈를 탔다. 가이드 클로이 양의 권유대로 젤 앞자리에 앉았더니 시원하게 뻥 뚫린 시드니의 내항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시간 가량 배로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서 또 한 시간 가량 산책로를 걷고 있으니 시드니의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보면서 일하고, 운동하고, 산책하니 말이다.
저녁을 먹으러 시드니 중심가로 이동했다. 워낙 많은 유학생들과 관광객 때문에 호주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명동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저녁엔 야시장이 들어서 있었는데 한국에서 많이 보던 다꼬야끼, 양꼬치, 그리고 꿀타래까지 있는게 아닌가. 오히려 규모로는 한국의 명동이나 강남이 훨씬 커보였다. 이 사람들이 한국에 한번 와보면 분명히 한국의 밤거리를 좋아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에는 일찍 블루마운틴으로 향했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데다 고도가 높아 날씨가 많이 쌀쌀했다. 거의 대부분 유칼립투스 나무로 이루어진 블루마운틴은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었다. 난 세자매봉보다 하나의 단일 식물이 전체 산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 더욱 이색적이고 멋있게 느껴졌다. 또한 경사가 무지무지 급한 궤도열차와 곤돌라까지 탑승하고, 자연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국립공원에서 삼림욕까지 하고 나니 한결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정말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산장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하이호주 여행사의 한 분이 우연히 찾아내셨다고 했는데 이 넓은 호주에서 이 곳을 찾아내신 걸 보면 분명히 열정의 소유자이실 것 같았다.
참.. 그리고 클로이님이 알려주신 중요한 정보. 호주는 동성애자 사이의 결혼이 허용되는 나라란다. 그래서 우리가 시드니를 여행하고 있던 그날 세계 최대의 게이쇼라는 마디그라 축제가 열렸다. 거리를 다니다보니 축제를 준비하는 행렬이 속속 중심가로 모여들고 있었다. 특이한 옷차림과 화장을 한 사람들. 우리의 정서와는 많이 다르긴 했지만 나름 재밌었고 그것 역시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가지 않을 것 같던 호주에서의 신혼 여행도 마지막 밤을 지나고 있었다.
호주는 어딜가나 자연과 함께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그 자연의 일부를 인간이 조금 빌려쓰고 있는 느낌. 그래서 자연에 감사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가 보다. 이런점은 우리 나라 사람들도 많이 배워할 모습이 아닐런지..
좋은 여행사와 가이드 분들을 만나 더욱 즐거웠던 허니문이었다.
내 주변의 누군가 호주를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반드시! 하이호주를 이용하라고 권해야겠다.
여행 기간 동안 고생많으셨던 수 언니, 그리고 클로이 동생(?). 정말 고마웠고 다시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안녕~ 호주야..
댓글이 완전히 삭제 되었습니다.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신고하기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된 글은 즉시 차단되며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